마음 설레는 여행이 시작되기 전에 우리는 여러 가지 준비할게 많았다.
낯선 미국 땅에 10년을 살면서 여행다운 여행을 처음 하는 터라 어떤 것을 준비하는 것이 맞는지 마음만 분주했던 기억이 난다.
가장 먼저 생각할 것이 어느 여행지로 갈 것인지에 대한 문제였다.
나 혼자 아이들과 부모님을 모시고 가려던 처음 계획이 내 사랑스러운 도른 자 남편의 저세상 mental 덕분에 여행 코스를 다시 짤 수밖에 없었다. 행복한 고민...
어느 칼럼에서 읽은 기억이 나는데 많은 미국인들이 죽기 전에 가 보고 싶은 장소로 Wyoming의 Yellowstone National Park를 꼽았다고 해서 이 곳을 코스로 넣었다.
또한 한국에 있을 때부터 책에서 세계 명소로 소개되었던 Utah의 Arches National Park를 빼놓지 않았으며 같은 Utah주의 Canyon Lands National Park는 미국 Grand canyon 모습을 축소해 놓은 곳이라 해서 우리 여행코스에 포함시켰다.
하지만 내가 사는 곳이 미시간주 이기 때문에 정해놓은 장소로 가는 길은 결코 만만치 않은 거리였다.
우선 항공편을 이용하고 각 장소에서 렌터카로 돌아보는 방법과 미시간에서부터 우리 차로 Road trip을 하는 방법을 놓고 비용과 날짜 계산을 해 보았다.
부모님과 우리 가족 4명 해서 총 6명의 항공편과 렌터카를 이용하는 비용과 내 차를 이용하는 비용을 -여기에는 Road trip을 하면서 거쳐가는 곳의 호텔비도 포함되었다- 계산해보니 시간적인 면에서는 항공편이 여유가 있었으나 비용 차이가 꽤 많이 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게다가 Yellowstone으로 가는 항공편과 Yellowstone에서 Utah로 가는 항공편의 시간이 매우 제한적이었다.
그래서 우리는 고심 끝에 Road trip으로 결정하는 것이 그 당시 우리에게 7인승 suv가 있었기 때문에 꽤 좋은 선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남편의 생각은 달랐다.
Yellowstone National Park를 첫 장소로 정하고 거리를 보니 1600 mile (약 2600km) 정도였고 다시 말해 차 안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야 하는데 아직 젊은 우리는 그런대로 견딜 수 있을 거라고 예상하지만 부모님은 연세가 있으셔서 과연 괜찮으실지 의문이 든다는 것이다.
게다가 지금 가지고 있는 suv 차가 7인승이기는 하지만 6명이 장거리를 차로 이동하기에는 등받이가 뒤로 눕혀지지도 않고 맨 뒷자리는 아기들에게 맞는 사이즈라서 1600 mile을 그 차로 이동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내 생각에도 그런 것 같아서 렌터카 이용을 알아보았는데 모두 우리에게 있는 suv 수준이고 그 외에는 6명이 편하게 갈 수 있는 차는 찾을 수가 없었다.
이렇게 좌절하고 있는데 남편이 conversion van (일명 연예인 차)을 사서 여행하면 된다는 것이다.
말이 쉽지 여행으로 직장을 쉰다더니 이제 차를 산다고? 정말 어처구니가 없었다.
하지만 나 역시 우리 차로 장거리 여행을 떠난다는 게 무리인 것을 알기에 딱히 반대하지도 못하고 그저 망설이고만
있었다.
그러나 내 남편이 누구인가? 도른 자 아닌가!
그 날부터 우리는 중고차 시장이란 시장을 다 돌아다니며 차를 찾기 시작했다.
모든 중고차 시장에 우리가 원하는 차가 있는 것은 아니었고 그중에 다섯 군데 정도에서 중고 conversion van을 찾았는데 어느 차도 우리 맘에 들지 않았다.
중고차를 산다는 건 정말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차가 절실히 필요하고 시간은 없고 너무 돌아다녀서 지친 우리는 마지막으로 개인이 팔려고 집 앞에 내놓은 빨간 conversion van이 있었는데 좀 낡아 보이고 여기저기 손 볼 곳도 많고 실내도 어떻게 썼는지 꽤 지저분한 차 한 대를
놓고 고민에 빠졌다.
시간이 많다면 좀 더 둘러보고 다른 차가 나올 때까지 기다리면 되는데 부모님은 3일 뒤에 오시고 새 차가 아닌 이상
차를 한 번 점검해 봐야 하는 데다가 그것도 시간이 걸리고 다른 곳에 더 좋은 차가 있으리란 보장도 없는 터였다.
사 면 초 가!
하지만 우리는 뭔지 모르는 찜찜함에 이끌리어 바로 차를 사지 않고 일단 내일 돈을 가져오기로 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돌아와서도 우리는 내일 살 수밖에 없는 차 생각에 심란했다.
속으로 남편을 향한 원망이 고개를 내밀었지만 내가 생각해도 더 이상 방법이 없기에 그 차라도 사서 점검하고 깨끗이 청소해서 기분 좋게 출발할 수밖에 없겠다고 생각했다.
다음날 우리는 돈을 마련해서 차를 사러 가던 중 우연히 개인이 중고차를 고쳐서 파는 작은 자동차 정비소를 지나가게 되었고 정말 마지막으로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한 번만 더 찾아보기로 하고 약속 시간을 2시간 늦췄다.
그런데 이게 왠 일!
우리의 수고에 신이 감동하셨는지 우리가 운이 좋았던 건지 모르지만 어느 정비소 밖에 우리가 원하던 conversion van이 떡하니 자태를 뽐내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그때의 희열이란!
그래서 우리는 1초의 망설임도 없이 들어가서 차를 살펴보고 가격을 물어보고 deal울 했다.
사실 차가 가격도 착한 데다 차 내부도 별로 손댈 곳이 없이 깨끗했고 그곳이 차 정비소 겸 중고차를 팔고 있는 곳이라
차를 잘 관리해 놓았던 것 같다.
단언컨대 그전에 숱하게 들여다본 어디에도 이 정도 만족할 만한 차는 없었다.
만약 어제 자포자기한 심정으로 빨간 conversion van을 샀으면 어땠을까에 생각이 미치니 정신이 아찔했다.
이렇게 우리는 생전 처음 얼떨결에 연예인 차를 구입했고 이제 저 차를 타고 여행을 할 것이다 마치 연예인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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